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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기술, 테크노사이언스

날짜
2019/09/07
회차
제27회
발표
홍성욱(서울대학교)
장소
토요코인 해운대
제목: 과학, 기술, 테크노사이언스
일시: 2019.09.07. Sat 16:00~18:00
장소: 부산 토요코인 세미나실
주관: 열린정책위원회
작성: 강미량(카이스트)
본문: 과학기술사와 과학기술학(STS) 전공인 홍성욱 서울대학교 교수에게 과학과 기술의 관계에 관한 세미나를 들었다. 과학과 기술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므로 한 번의 강의로 정리할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세미나의 목적은 과학기술사와 STS의 관점에서 과학과 기술을 개괄하고 일반적인 상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1. 자연현상을 어떻게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번개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① 관찰에서 시작. 그러나 번개를 관찰한다고 해서 번개에 대해 잘 알기는 힘들다.
② 도구를 이용한 실험. 벤자민 프랭클린의 실험으로부터 번개의 본질이 전기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③ 실험실의 등장. 리히만은 프랭클린과는 다르게 번개를 필드에서 실험실로 가지고 들어왔다. 그런데 번개를 어떻게 실험실로 가지고 올 것인가? 올리버 로지는 도구를 사용해서 번개에 대한 실험을 하고 피뢰침을 만들었는데, 이때 자신이 만든 번개가 자연과 같다고 가정을 하였다. 그러나 그 가정을 검증할 수는 없기에 그 번개는 자연의 번개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런 기구를 만들면 실험실 내에서 어떤 현상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요약하자면 과학은 기구를 사용해 자연을 실험실로 가지고 오는 것이다. 17세기 근대과학은 과학적 도구를 사용하여 통제할 수 없는 현상을 통제 가능하고 반복한 것으로 만듦으로써 탄생했다 (프리즘, 에어 펌프 등…….) à 실험실에서 인간에 의해 길들여진 자연.
2. 고대와 중세의 과학과 기술
이때의 과학은 자연철학이고, 기술은 실제로 무언가를 만드는 노동을 뜻했다. Experience는 과학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Experiment는 아니었다. 단적인 예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에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었다. 그럼 어떻게 자연에 개입하는 실험을 하게 되었는가?
3. 17세기 과학혁명기
프랜시스 베이컨에 의해 새로운 과학철학이 등장한 시기다. 베이컨은 실험은 사자의 꼬리를 흔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즉 과학은 기기를 이용해 자연에 개입하는 것이다. 모든 문화에서 첫 번째로 발달한 과학이 천문학인데, 천문학은 사람이 실험실로 하늘을 가지고 들어오지 않아도 관찰을 통해 규칙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7세기 이후 과학은 다른 존재가 되었다.
4. 18세기
18세기에는 기술도 엔지니어링의 형태로 실험실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기술이 실험실로 들어왔다는 건 기술에 관한 체계적인 지식이 축적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과학자가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규칙이 필요한데, 열(heat)은 규칙을 찾기 어려운 종류의 개념이었다. 그런데 피스톤의 움직임을 통해 연구ㆍ분석이 가능해지면서 효율성(efficiency)이란 개념이 생겼다. 기관을 통해 열은 규칙적이게 된 것이다. 카르노는 증기기관이 있던 시대에 태어났기에 압력, 부피, 효율에 관해 고민할 수 있었다.
질문: Technology 이전에 Technique이 있지 않았나요? 지금은 그 둘을 합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답변: 동의한다. 불, 도끼도 기술이다. 35000년 전부터 도구를 썼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금 말하고자 하는 건 철학자와 장인(craftman)의 경계가 언제, 어떻게 좁혀지게 되었는지이다. 그 첫 계기는 실험 기구의 출현이라고 볼 수 있다.
5. 테크노사이언스
테크노사이언스는 과학기술학자 브루노 라투르의 개념이다. 라투르는 과학과 기술 사이에 큰 차이를 두지 않는 사람이다. 대신 과학과 기술 모두 실험실에 있으며, 실험 활동이 인간과 비인간 사이를 잇는 일을 한다고 말한다. 즉, 현대에는 과학과 기술을 명확히 가르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질문: 사람에 대한 실험에서도 비인간이라는 말을 쓰는가? 왜 ‘비인간’이라는 용어를 쓰는가?
답변: 서양에는 인간과 비인간을 나누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추가 의견: 자연을 연구하는 것과 사람을 연구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과학자들은 잘 정리된 표에 의견을 기입하게 해서 설문을 한다. 실험실과 비슷한 구도다. 그래서 라투르는 자연과 사회를 같은 구도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6. 패러데이는 1831년에 발견했지만 발전기는 1870년대에 나왔다. 무엇 때문에 40년이나 걸렸나? 무언가를 만드는 데는 Engineering Insight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전자기유도가 발전기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선형적 모델에 의한 사고다. 그러나 모든 과학이 기술을 낳지는 않는다. 과학이 기술과 이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선형적 모델에 관한 비판과 다른 모델은 혁신연구에서 많이 한다.
과학은 기초다. 목적지향적으로 특화된 지식이 아니다. 기술이나 산업에 응용되지 않은 과학이 많고, 과학에 기반하지 않은 기술이나 산업도 많다. 선형모델은 틀렸지만 과학이 중요하다는 것은 틀림없다. 신 기술을 낳기도 하고, 교육, 문화, 사상으로서 과학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7. 그륀베르크와 페트의 GMR 발견 (1988)
순수한 물리학적 발견이 상업적으로 잘 응용된 사례다. 1988년에 그륀베르크와 퍼트는 이 발견을 저장장치로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센서로 생각했기에 특허 신청도 그쪽으로 냈다. 그런데 DARPA에서 저장장치로서의 가능성을 보고 10년동안 수십만 달러를 지원했다. 그리고 2001년에 아이팟이 나왔다. 이는 Radical innovation의 중요한 사례로 여겨진다. 한국에는 기초과학이 산업과 혁신을 낳았다는 실질적 예시가 잘 없는데,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의 정책기조가 아직 남아 있어서 각 산업마다 출연연을 만든다. 그리고 당신의 연구가 어떤 기술과 산업에 도움이 되는지를 요구한다. 그런데 이제는 바람직한 과학과 기술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