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제14회 열린정책위원회 정기모임
일시: 2018.08.04.Sat. 15.00~18.00
장소: 과학책방 갈다
주관: ESC 열린정책위원회
작성: 김태호
<세미나 개요>
발제: 북한 과학기술정책의 변화와 ‘과학기술 강국’ 구상
연사: 변학문(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배경: 북한의 과학기술에 대해 알고 싶다는 수요에 따라 열린정책위원회 최초로 외부 연사를 초빙해 세미나를 진행했다.
<발표내용 정리>
(인트로) 연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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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의 구체적인 내용은 하나하나 알기 어렵다. 따라서 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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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꿈을 안고 미생물학 전공하려고 대학에 갔는데, 과학사로 전공을 바꾸게 되었다. 그래도 북한 과학사에서 생물학사를 전공했으나(석사), 박사에서는 정책 쪽으로 더 크게, 기술혁명론을 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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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대해서도 선정적인 관심 밖에 없고, 과학기술에 대해서도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는 하지만 진지한 관심은 없고, 역사도 사람들이 재미없어 한다. 그런데 북한+과학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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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 매년 리포트를 쓰는 식으로 follow-up, 최근 동향을 볼 수 있다.
(1부) 김정은 시대의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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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강국의 건설: 정치(김일성 시대 완성)군사(김정일 시대 완성)강국+경제강국(김정은 시대의 과제)+문명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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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강국은 경제강국(“새 세기 산업혁명”)의 선결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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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첨단 수준의 과학기술(희망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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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주도로 국가 발전: 지식경제강국/국방공업 발전/문명강국 건설
과학기술 강조는 “선대와의 차별화”인가? *주장: 김정은 시대에 전혀 새롭게 과학기술 이야기가 나온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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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북한 전문가들의 주장: 선대와의 차별화. cf. 후진타오가 전임자와 차별을 위해 과학기술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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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상 분석 리포트 차원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분석을 해 보면 과학기술 중시는 북한의 오래된 전통
북한의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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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발전=식민 진재의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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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은 경제발전과 과학적 사상(사회주의)의 핵심 요소
북한 과학기술 정책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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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현장 중심(경제에 직접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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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적 발전(과학기술에서 ‘주체’의 확립): ‘고립’과는 다르다. 외부와 교류하더라도 자체 사정에 맞게 변형하여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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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군중적 참여”(전문성+현장의 산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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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과학기술 우선: ... 군수와 민수의 불균형
시대에 따른 강조점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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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적 과학관(경제성장 위주): 해방 후 일관된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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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만능주의(“과학기술... 어떤 악조건도 극복 가능”): 1950년대 후반 고도성장 경험 이후 60년대부터 본격화, 이후 경제적 역경에 따라 오히려 더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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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사상성? ... 공식적으로는 둘 다 중요하다고 하지만, 시대에 따라 달라짐. 현재는 1990년대 이래로 전문성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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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專 vs. 紅이 외부 관찰자가 생각하듯 길항관계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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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발전의 방향에 대한 논의였지, 발전 vs. 反발전은 아니다: 스탈린이나 대약진시기 중국에서도 ‘전’을 탄압하던 시기에도 과학기술 예산 전체는 증가 추세.
몇 번의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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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절정? (50말-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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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과 관계 악화(중공업 우선 정책의 강행)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성과 쏟아짐(비날론 공업화, 국산 트랙터 생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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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혁신(천리마 운동)에 힘입어 연 30% 이상의 고도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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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도움 없이도 과학기술 발전시키면 발전 가능”이라는 낙관론: 과학기술 기반의 경제발전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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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런 정책을 추진하자마자)과학기술의 지체(6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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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 안보위기(미-소 화해, 중-인 분쟁 등): 소련에 대한 불신, 한-미-일 동맹의 강화(박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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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국방의 병진노선” 채택: 국방이 자원을 잡아먹어 과학기술/경제 예산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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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말에는 국방비가 총 예산의 30%까지 늘어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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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들: 화학공장을 바닷가가 아니라 내륙 산지에 건설 등, 우수 인재는 국방대학 등으로 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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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지원은 국방 과학기술에 우선 배당: 민간은 “연구 예산도 자력으로 조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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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과 과학계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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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직결된 연구에 집중하라 vs. 연구의 자유나 지원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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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불신, 과학계 통제, 과학자 홀대: 과학기술 발전 속도 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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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 갑산파 숙청과도 연관: 갑산파가 이전까지 인텔리 정책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갑산파 숙청의 여파가 과학기술계에도 영향을 미침. 사상검열 등으로 주요 학술지가 1년 가까이 정간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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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논문 첫머리에 “수령의 교시”를 인용하는 것은 (비웃고 말 일이 아니라)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과학기술계에 대한 당의 지도를 확립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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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모색(70말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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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의 지체에 대한 반성: 사기 진작과 전문성 강화의 필요성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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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정책의 방향 선회는 상당히 더뎠다: 김일성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현장 관료들은 지난 시기 과학자에 대한 불신의 관성이 남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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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교육(제1고등중학교): 80년대 전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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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은 영재교육을 부르주아적이라고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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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김정일의 작품으로 보인다? 정규교육을 받은 차세대 지도자. 전문성의 가치를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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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지원 확대, 첨단 분야 육성, 3개년 계획 연속 실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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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사회주의권 붕괴와 김일성 사망 등으로 난관에 봉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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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1998년 “과학기술 중시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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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이후: 김정일-김정은시대(연속성이 있다)의 “과학기술 강국”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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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강성대국에서 정치강국과 군사강국은 완성되었다고 주장, 남은 퍼즐 경제강국은 과학기술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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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 제1차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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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 ‘과학의 해’ 선언, 김정일 첫 현지지도는 과학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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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과학기술은 강성대국의 3대 기둥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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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21세기는 정보산업의 시대이다” -> 2002 김대 컴퓨터학과 신설, 중학교 컴퓨터 수재반 설치 등“ML 사상은 19세기의 사상이므로 새롭게 고쳐야 한다”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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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007 제2차 과학기술발전 5개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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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2012 제3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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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는 과학기술 예산이 연평균 20% 선으로 대폭 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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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군시대”의 경제건설 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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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공업 우선 발전+경공업과 농업의 동시 발전(김일성 시대의 “중공업”을 “국방공업”으로 바꾸고, 경공업과 농업을 대등한 위상으로 끌어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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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C 등 “최첨단 돌파”를 먼저 하고 그 결실을 민간으로(군용기술의 민간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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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설명: CNC는 정밀 부품 생산에 필요한 핵심기술. 예를 들어 스마트폰 케이스 등 제작하는 데 필수 기술. 핵무기 개발에서도 임계질량을 올리는 등의 과정에서 필요한 정밀부품은 CNC가 있어야 만든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격차가 적은 편. 남한은 기술 갖고 있으나 주로 제품을 수입하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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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세 세기 산업혁명”론: “과학기술-생산의 일체화를 실현하여 지식경제를 건설하기 위한 경제 분야의 일대 변혁”(김일성-김정일 시대를 계승하는 김정은 시대의 과제로 천명)
(2부)과학기술 관련 주요 정책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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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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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 과학기술 인재화”: 과기 강국 건설의 핵심 요소는 지식 노동자. “전체 인민이 대학 졸업 수준의 과학기술 지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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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세기 교육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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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제개편: 중등을 6년으로 늘리고 수학과 과학 비중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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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평양중등학원(2006 개교) 등 첨단 과학교육 설비를 갖춘 학교 시범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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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과학기술 교육: 전국적 과학기술보급망(전국에서 전자도서관 연결, 각 사업장의 “과학기술보급실”에서 유무선 정보검색), 원격교육대학 확대(노동자와 교원의 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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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개편(종합대학화): 평양의대, 평양농대, 계응상농대 등을 김일성종합대학 산하로 흡수 재편(종합대학의 외형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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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체제는 지방 대학은 대부분 공장대학 농장대학 등 소비에트 모델, 지방 대학은 학생은 물론 교수진도 평양과 수준 차이가 심각.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도시 종합대학의 기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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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정보화: ICT를 활용한 교육 환경 개선 -> 열악한 인쇄 환경을 전자교과서로 대체하려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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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투자 확대: 교육예산 연평균 7.5% 인상, 2017년 ‘과학교육의 해’로 지정. 김대에서 기부금 접수(!)나 인근 기업 자매결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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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 활성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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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우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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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자를 위한 대규모 주택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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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과학자 거리, 위성 과학자 주택지구, 미래 과학자 거리, 여명거리 등, 현재 함흥에도 건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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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3-4천 호로 추정. 국책사업(핵개발, 위성개발 등)에 성공한 과학기술자 우선 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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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전용 상점: 미래상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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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최우수 과학자 기술자 상”(개인 시상), “2.16 과학상”(프로젝트 시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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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과학기술 발전 5개년 계획(2013-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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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전선이 제일 척후전선이라면 과학자, 기술자들은 그 주력군” 등의 명분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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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기반 경제 발전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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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한 “새 세기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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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정보화”: 공정 자동화, 산학연 협력, 통합생산체계 구축 -> 고질적 문제였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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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 시스템 개발은 과학원, 김책공대 등이 책임지는 산학연 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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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메기공장에서 만든 공장 관리 시스템 “102 체제”가 향후 공장 자동화의 표준이 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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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 기업과 개인 시상: 매년 “10대 최우수 정보기술기업” 선정, “첨단기술제품 등록증서” 제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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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기업 책임관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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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 연구소/기업들이 독자적 제품 개발, 박람회 출품, 출시, 이윤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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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이윤 추구의 동기 강화, 다른 한편으로는 연구개발의 기본 재원을 알아서 해결하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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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은 자율성을 주되(“자기 실정에 맞는 합리적이고 효률적인 경영전략, 기업전략”)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는 금지하는 사회주의 원칙을 견지(“일한 만큼 가져가는” 것은 사회주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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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업 합작 합영에 적극적: 필요하면 특혜도 줄 수 있다는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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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학술교류 확대: “학술형 인재 양성”, “세계 일류대학들과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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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 IEC 등 국제 표준 인증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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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핵심 구호: “과학으로 비약하고 교육으로 미래를 담보하자!” “과학기술의 위력으로 경제강국 건설의 대통로를 열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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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는 현재 핵억지력 완성으로 국방-경제 병진노선은 달성했다고 주장, 남은 것은 과학기술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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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군 인사도 군수와 민수 양용의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정책 목표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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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관련 경험이 있는 인사들(전 평양시당 위원장 김수길, 전 제2경제 위원장 노광철)을 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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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언론에서 띄우는 본보기 공장도 대부분 인민군 산하 사업장
결론(?): 과거는 물론이고 앞으로 북한을 이해하는 데에도 과학기술은 필수요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