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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괴물 (2020. 10. 01.)

벌써 가을입니다. 한동안은 마스크 쓰면 불편하더니, 이제는 오히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어색한 느낌이 들어요. 다들 마찬가지시죠? 코로나19가 바꿔놓은 낯선 세상에 어느 정도 적응한 것도 같지만, 그래도 함께 모여 왁자지껄 떠들던 일상이 여전히 많이 그립습니다. 우리 ESC 회원들 많이 보고 싶어요. 모두 안녕하시죠?
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ESC의 과학문화위원회가 진행하는 ‘어른이 실험실 탐험’이 시작했어요. 몇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답니다. 보도 자료를 멋지게 작성해주신 차지혜님께 감사드립니다. 첫 실험실 탐험은 엄윤설님이 이끌어 주셨고, 고재현님, 저, 그리고 이기욱, 원병묵님이 실험실 탐험을 이어갑니다. ESC에서 과학창의재단의 다른 공모 과제에 한 번 더 지원을 했는데, 이번에는 똑 떨어졌어요. 확률이 낮을 때 성공하는 방법은 시행의 횟수를 늘리는 것이라는, 상당히 과학적이지만 무모한 접근방식을 따라, 앞으로도 이런 노력을 계속해 나갈 생각입니다. 새로 ESC에 합류하신 우리 사무국장 김신님이 큰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오랜 노력 끝에 드디어 ESC가 지정기부금단체로 기획재정부에 등록되었습니다. ESC에 낸 기부금의 일부가 소득공제금액에 포함될 수 있게 된 거죠. 자세한 안내는 사무국에서 연말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ESC가 출판등록을 했다는 소식도 알립니다. 언제 첫 책이 나올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추진하고자 하는 여러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이번에 등록을 하게 되었어요. ESC에서 등록한 출판사의 이름은 ‘ESC의 책’입니다. ESC의 정체성과 지향을 담은, 의미 있는 ESC의 책들이 많이 출판되는 미래를 떠올려봅니다.
해외에 계신 회원님들의 발표를 듣는 ESC-Live 시즌 3을 마쳤습니다. 저는 이동철님이 강연 끝부분에 해주신 얘기가 인상적이었어요. “같은 꿈을 함께 꾸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ESC에 가입하신 동철님은 X86세대의 한계를 극복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준비를 ESC에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과정에서 다름과 틀림을 구별할 것을, 그리고 괴물을 제거한 또 다른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도 당부하셨어요. 11월에 다시 이어질 ESC-Live 시즌 4는 청년위원회와 함께 합니다. 청년 과학기술인들의 생생한 얘기를 들을 생각에, 벌써부터 두근두근, 기대가 많이 됩니다. 청년위원회의 위원장, 부위원장, 그리고 저도 함께 ESC의 학생 회원을 만나는 모임도 시작했어요. 앞으로도 여러 지역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얼마 전 <소셜 딜레마>라는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어디서나 벌어지고 있는 소셜미디어의 확장은 커다란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는 더 넓고 풍성한 소통을 우리에게 가져다주기도 했지만, 미처 몰랐던 우리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극단적인 의견의 대립과 서로에 대한 비방이 마음 아프기도 했고, 생각이 같다고 믿었던 지인이 보여주는 생소한 모습에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일차원의 축 위에 놓여 칼로 무 자르듯 이쪽저쪽을 명확히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겠죠. 어떤 한 문제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보면, 이 한 문제를 제외한 생각의 다른 여러 축에서는 얼마든지 나와 같은 생각일지 모른다고 애써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다름을 틀림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다름을 볼 때는, 같음도 함께 떠올려 보았으면 합니다. 내가 틀린 것은 아닐까, 스스로를 돌이켜 보는 성찰도 필요합니다. 회의의 첫 번째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즐겁고 풍성한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다음 달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2020년 10월 1일
ESC 대표 김범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