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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젠더·다양성위원회] 위원장의 편지 (2021. 03. 26.)

ESC 회원 여러분께
ESC 회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젠더‧다양성위원회 위원장 윤정인입니다.
추운 겨울이 가고, 이제 봄이 왔습니다. 예쁜 꽃들이 피기 시작했고, 드디어 국내에도 COVID-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이제 살짝 희망을 엿보아도 될 것만 같은 3월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 편지는 2월에 여러분께 가 닿았어야 했는데요, 아이의 방학과 코로나로 인한 돌봄 노동의 무한루프에 시달리던 위원장의 개인사정으로 인해 늦어지고 말았습니다.
현실과 강제 거리두기를 하며 집에 갇혀 있는 동안, 젠더‧다양성위원회는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ESC Live 시즌 2를 통해 코로나와 여성 과학자들의 일상을 많은 회원들과 나누었고, 지난 2월 20일에는 ‘젠다위 수다회’를 열어 클럽하우스와 이루다, 비대면 교육 상황에서 나타난 과학기술과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를 참 많이 바꾸었고, 사회의 가장 약한 부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었습니다. 감염병을 통해 우리는 우리 사회 시스템이 다양한 사람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감염병은 돌봄을 멈추게 했고, 돌봄이 멈추자 누군가는 돌봄을 하기 위해 가정에 매였습니다. 많은 양육자들, 특히 자의로든 타의로든 자녀 돌봄의 의무를 진 많은 엄마들이 휴직 혹은 사직의 문턱 앞에 섰습니다. 학교가 멈추자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 없었고, 가정 내 폭력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사태도 벌어졌습니다. 게다가 전체 3분의 1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원격수업을 위한 장비가 부족해, 학습 결손이 생기기도 했지요.
재택근무를 하며 거리두기를 하자 하였지만,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연구노동자들이나 대학원생들은 여기에서 배제되기도 했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가격리 시 혹은 격리시설에서 활동보조인뿐 아니라 가족의 도움마저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했던 지자체들은 뭇매를 세게 맞은 뒤 행정명령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비상상황이라는 미명 아래 너무나 쉽게 배제되고 혐오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조용한 학살이란 이렇게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 상황을 비관하여 나타나는 현상이 아닐까요?
한번도 겪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상황에 대한 섬세한 이해에서 비롯된 촘촘한 시스템이 구축되었다면 안타까운 죽음도, 사회가 멈추는 일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우리는 이제, 또 다시 도래할 감염병을 맞이하여, 보다 섬세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보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과학기술은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젠더‧다양성위원회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과학기술 이외에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더 자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들은 과학기술에 다양성을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요?
매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4시에 줌에서 진행될 정기 수다회에서 회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마스크를 벗고 햇살을 가득 받는 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하며,
ESC 젠더‧다양성위원회 위원장 윤정인 드림